-한국 조선소의 책임소재,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낮아
-무리한 운항 일정이 사고 원인일 가능성도 높아, 오염 연료 사용 가능성도

하이투자증권 변용진 애널리스트는 "볼티모어 선박-교량 충돌 사고 코멘트" 리포트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이에 따르면 현지시간 3월 26일 새벽 미국 동부 볼티모어에서 대형 컨테이너선이 교량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볼티모어항 입구에 위치한 Francis Scott Key Bridge가 전손 붕괴됐으며 볼티모어 항의 교역도 마비됐다.

메릴랜드 주 항만청에 따르면 볼티모어 항은 미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수출입 항구로 2023년 75만대의 자동차 수출입이 이루어졌으며 물동량 기준 미국 9위의 항구인 바 다방면으로 적지 않은 여파가 예상된다.

◼ 사고 원인은 불명, 기관류 고장으로 추정
사고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기관류 고장에 따른 동력 상실이 주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싱가포르 해양항만청에 사고 직전 동력을 상실했다는 보고가 접수됐고, 이후 선박이 방향을 유지하지 못해 교량에 충돌했다는 것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재 운항상의 부주의 등 다른 원인이 제기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관 고장이 유력한 원인 중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다.

◼ 한국 조선소의 책임소재,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낮아
해당 사고와 관련해 한국 조선소가 언급되는 이유는 사고 선박이 HD현대중공업에서 2015년 인도한 선박이기 때문이다.

3월 27일 HD현대중공업을 포함한 조선사 주가 하락에는, 특히 동력기관의 추진력 상실이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주목되는 상황에서 사고 선박과 엔진을 제작한 회사가 HD현대중공업이라는 점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선박의 주기 엔진(추진을 담당하는 메인 엔진)은 독일 MAN社의 라이선스로 HD현대중공업이 제작한 B&W 9S90ME-C9 디젤엔진으로 파악되며, 보기 엔진(발전 등에 쓰이는 보조엔진)은 HD현대중공업의 자체 브랜드인 HIMSEN 9H32/40으로 알려졌다.

먼저 통상 선박 및 엔진의 보증기간은 인도 후 1년이라는 점에서, 2015년 인도 후 보증기간을 훌쩍 지난 동 선박은 조선소의 손을 떠난 지 오래다. 보증기간 이후의 선박은 주요 부품이나 장비의 경우 선주가 직접 장비회사를 통해 관리하며, 선체에 대한 수리나 관리 또한 수리조선소를 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당 선박의 Scrubber 개조 또한 2020년 중국 수리조선소인 Yiu Lian Dockyard에서 이루어졌다. 다만 엔진 제작사 역시 HD현대중공업이며 동사는 엔진 MRO 서비스도 사업영역 중 하나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후 관리가 일부 동사를 통해 이루어졌을 수는 있다. 통상 Maersk와 같은 대형 선사는 자체 엔지니어를 보유하거나 혹은 같은 유럽계이자 주기엔진 Licensor인 MAN을 통해 엔진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HD현대중공업이 부품 공급이나 관리에 일부 참여했을 수도도 있어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향후 사고 원인이 정밀조사를 통해 동력계통 이상으로 밝혀질 경우 엔진 제작사의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보증이 끝난 선박의 관리 주체는 기본적으로 선주이며 운항을 요구한 용선주, 검사 기관인 선급, 항만청 등 다양한 기관의 관리책임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리멸렬한 분쟁이 시작될 여지가 더 높다.

◼ 무리한 운항 일정이 사고 원인일 가능성도 높아, 오염 연료 사용 가능성도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조심스럽지만, 기관고장이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하더라도, 제작사의 제조상 귀책보다는 운항상의 무리한 일정이 기관 고장과 사고를 유발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클락슨에 등재된 사고 선박의 운항 기록을 살펴보면 최근 3년간 무리한 운항일정이 눈에 띈다. 2020년 스크러버(탈황장치) 개조를 위해 두 달간 도크에 들어갔던 동 선박은 휴선기간을 벌충하기 위해서인지 2021년부터 고강도의 운항을 지속하고 있었다.

휴선 전인 2017~2019년에는 평균적이거나 평균 이하의 운항 일정을 준수해 왔으나, 최근 3년간 평균 운항 거리는 105,637NM으로 Peer대비 19.8% 많으며, 특히 기항 1회당 운항거리는 48.1% 많을 정도로 다년간 가혹조건의 운항을 지속해 왔다.

물론 단순히 운항 기간이나 거리가 길다고 문제가 생긴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무리한 일정 상 수리나 관리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염 연료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며, 그렇다면 제조사 책임은 더더욱 없다. 사고원인 조사 경과를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변 애널리스트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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