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악몽 불식하고 특단 해운업 지원책 마련해야

▲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청와대>
불과 보름전만해도 올해가 한국 해운업계 재건의 실질적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물론 교역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불안한 출항도 예고했지만 업계는 금년에는 긍정적인 요소들이 많다는 데 수긍하기도 했다. 그러나 1월 중순 중국 우한에 발발한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에 해운물류, 무역업계는 전혀 예상치 못한 벼랑끝에 선 운명이 되고 말았다.
지난 1월 30일자로 한국기업평가 김종훈 선임연구원가 발표한 “새 돛 펴는 한국 해운, 대양의 순풍 속 불안한 출항“이란 제하의 발표자료를 세밀히 들여다보면 한국 해운선사들의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함께 화급히 개선돼야 할 과제들을 제시했다.
금년은 IMO2020 전격 규제가 시작되면서 해운업계를 연초부터 초긴장시켰다. 황함유량를 0.5%이하로 줄이기 위해 저유황유를 선택한 선사. 스크러버(탈황장치)를 장착한 선사, LNG연료에 투자를 결심한 선사로 구분되며 CEO들의 해운경영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를 예고하기도 했다.
연초 벙커C유와 저유황유 가격의 스프레드 차이가 애초 예상보다 크게 벌어지면서 스크러버 장착 선박들의 운항원가가 우위를 점하는 형국을 보였다.
저유황유가 고유황유보다 300달러이상 높은 가격을 형성하면서 스크러버 선택 선사들이 미소를 짓기도 했지만 코로나19 확산은 이마저도 움추리게 했다. 세계 공장이며 공급사슬 중심인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급속한 확산에 악화일로를 달리면서 세계 교역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중국이 춘제 연휴기간을 1주일 늘리며 공장 가동이 멈췄고 10일이후에도 일부만 재가동하고 대부분의 공장들이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거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장 타격을 입는 곳이 해운물류업계로 지적됐다. 우리 해운물류업계의 경우 한중항로 취항선사나 중국을 주시장으로 하는 포워더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미주, 유럽 항로 취항선사들도 중국발 물량이 급감하면서 결편 등이 잇따르고 있어 해운업계의 위기감은 극도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를 한국해운 재건 원년으로 삼았던 정부당국이나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운 재건의 표상이었던 현대상선이 앞날이 불투명한데 대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1월 기자회견에서 배재훈 현대상선 사장은 3분기 흑자전환을 조심스럽게 전망할 정도로 올 한해 실적 호전에 자심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이 올해와 내년에 인도되면서 현대상선의 글로벌 위상은 크게 높아졌고 이에 더해 ‘디얼라이언스’의 정식 회원으로 가입해 4월부터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케 됐다.
지난해 현대상선이 304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지만 전년도에 비하면 45.6%의 큰폭 개선을 시현한 것이기에 코로나19 확산이 마냥 안타깝기만 한 것.
장금상선 동남아항로 컨사업부문과 흥아해운 컨 정기선사업부문 통합에 따른 아시아역내 국적컨테이너선사들의 경쟁력도 새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한중항로가 직격탄을 맞았고 동남아항로 등도 중국의 영향력이 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시 올 한해 수익을 내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 해운 재건을 간전히 바랬던 데는 글로벌 외국 선사들의 경우 수년째 양호한 실적을 시현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주었다. 지난해 10대 글로벌 해운사 중 현대상선과 양밍해운 만이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머스크, MSC, CMA CGM 등 외국 유수선사들은 예상보다 큰폭의 성장세를 이뤘다. 현대상선과 같이 적자를 지속했던 이스라엘 선사 ZIM과 일본 중핵해운 3사 컨 정기선 사업부문 통합사 ONE도 흑자로 돌아섰다.
유수 글로벌 선사들은 2017년 대부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3년 연속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변동성 높은 시장운임과 미중 무역분쟁, 브라질 댐 사고 등에도 불구하고 과거 대비 개선된 실적 안정성과 이익 창출력을 견지하고 있다.
IMO2020 발효에 따른 수급여건 개선 가능성이 엿보이며 향후 수급여건 양호 전망에 따라 글로벌 선사들은 올 한해 영업이익을 시현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는 진단이었다.
시장의 구조적 변화도 긍정적이었다. 선대투자 축소로 공급 위험이 완화되는 상황이다.
치킨게임식 신조 투자 전략이 철회되고 선대 대비 신조 발주잔고가 십수년 내 최저 수준이다. 2019년말 기준 11%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기간항로에 공급충격을 가져왔던 초대형선의 발주가 통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글로벌 선사들의 시황 대응력 강화가 주목됐다. 낮은 운임에 맞는 원가구조 개선방안을 실행에 옮겨갔다.
초과인력 감축, 항비/화물비 절감, 저마진노선 퇴출, 합병법인들의 중복항로 개편 등을 들 수 있다.
재무구조 관리 및 신용도 방어 전략도 이행하고 있다.
영업현금흐름 내 CAPEX(설비 투자) 집행을 통한 FCF(잉여현금흐름) 창출, 재무안정성 지표 관리 중심의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SM상선이 지난 12일 2M(머스크, MSC)과 4월부터 미주서비스를 공동운항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상선과 헤어진 2M이 SM상선을 새 파트너를 맞이한 것이다.
국적선사들간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글로벌 위상을 높여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 해운 재건 사업이 조속히 가시화되지 않으면  자칫  한진해운 파산시와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재개될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2016년 9월 국내 최대선사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이듬해 2월 파산 선고가 내려지면서 해운항만업계의 부정적 파급력은 막심했다.  그 악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한국 해운업계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위축될 리스크를 안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당국의 정책적 지원은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정부 지원 담보로 경쟁력 회복를 시도 중이나 제반 여건은 여전히 비우호적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출범에 국적선사에 금융지원을 하고 있지만 공사도 신용등급 문제등이 있어 국적선사들이 요구하는 조건을 100% 수용치 못하고 있다
또 선사들의 적극적 자구노력이 병행돼야 글로벌 선사 추격이 가능한데 현 시국하에서 버거운 것이 분명하다
항비, 화물비, 기타 고정비 등 적극적인 원가구조 개선방안을 확급히 실행에 옮겨야 하고 재무지표 및 신용도 제고 목표 공시와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중국 화주나 조선소, 수리조선소들은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나섰다. 해상법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시 천재지변에 의한 불가항력 선언에 의한 피해는 같이 감수할 수 밖에 없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현재 한중항로는 선사들의 영업이 개점휴업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타 항로도 중국 해운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4월경까지 해결되지 않을 시 해운업계는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할 판이다.
정부는 전 산업계의 대응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직격탄을 맞고 있는 해운물류업계의 회생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지원치 않을 시 한국 해운산업 재건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운산업 재건에 큰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한국 해운업계 재건 의지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해 한국 해운업계가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 중흥을 맞을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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