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이론과 대선전문기관’ 눈길

▲ 사진 출처:한국선주협회 홈페이지
우리나라는 대선전문기관 설립 추진이 필요하다며 KMI 고병욱 해운빅데이터연구 센터장은 ‘포트폴리오 이론과 대선전문기관’을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이에 따르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은 계란(자산, asset)이라는 깨지기 쉬운 것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그 바구니가 떨어져 모든 계란이 깨어지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아’(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위험을 분산하라는 의미이다. 전래동화인 짚신 장수인 첫째 아들과 우산 장수인 둘째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는 이러한 포트폴리오 활용의 중요성을 극적으로 보여줬다. 즉 맑은 날이면 짚신이 잘 팔려 수익이 생기고, 비가 오면 우산이 잘 팔려 좋으니 어머니 집안은 날씨에 관계없이 항상 수익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해운금융기관의 선박투자 방식은 특정 선박과 선사의 신용위험(credit risk)의 관리에 초점을 맞추었다. 구체적으로 전용선 계약 또는 장기운송계약이 체결된 벌크선의 경우, 안정적 운송계약으로부터 나오는 수익 흐름에 기초해 선박금융이 이루어졌다. 컨테이너선의 경우에는, 원리금 또는 투자배당금의 기초가 되는 운임수입 흐름이 전용선 계약에 비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선대를 운영하는 선사의 재무 상태와 신용위험이 반영된 기업 금융 형태의 선박금융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해운시장이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황 속에서는 이러한 전통적 선박금융 방법으로는 불황기 신용경색 문제를 해소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그 전신인 한국해양보증보험의 설립에 있어서 해운시황의 높은 변동성은 해운금융기관에게 큰 현실적 과제를 안겨주었다. 즉 전통적 금융기관들이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에 따라 수익과 위험을 관리하지만, 개별적 선박금융의 위험관리기법을 사용하는 해운금융기관에서는 이러한 통계적 특성을 활용할 수 없었다. 해운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통계적 규칙성의 부재가 현재의 해운금융부문의 위축을 가져온 근본적 원인으로 이해된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리스 기법을 활용해 해운금융부문의 활성화를 주도해 왔다. ICBC (Industrial and Commercial Bank of China) Leasing의 경우, 2017년 기준 300척이 넘는 선박을 관리하고, 그 해에만 12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제공했다(세계 선박금융의 25% 비중). 이외에도 Bank of Communications Financial Leasing, China Merchant Bank Financial Leasing이 세계 선박금융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는 현대상선이 4월에 디(THE) 얼라이언스 정식 멤버로 활동을 시작하고, 그에 맞추어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운항하게 된다. 이러한 해운재건 노력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선박금융 활성화는 여전히 풀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다.  개별 선박 및 선사에 대한 신용위험 관리라는 시각에서 선박금융에 접근하면 중국 등의 경쟁국에 비해 경쟁우위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이는 2019년에 발표된 Yu 외 2인 논문(Optimal Portfolio Choice for Ship Leasing Investments, Maritime Policy and Management )에서 보여진 것처럼, 선박금융 단계에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보다 개선된 수익-위험 관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운항선사들의 선박자본비용을 줄여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중국과 같이 관리 선대(fleet)의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대선(tonnage providing) 또는 리스 사업 단위의 대형화가 필요하고, 소유-운항의 분리를 통한 효율성 강화가 긴요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 한국형 대선전문기관 설립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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