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쿠팡, 택배업계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 사진 출처:쿠팡
"아마존과 쿠팡,  택배업계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라는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애너리스트의 물류보고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이 자체 배송 비중을 높여가는 데서 나아가 3자 물류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자 기존 대형 물류 사업자(Legacy)들 역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물류 사업자들은 우선 설비 자동화 및 네트워크 강화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UPS의 경우 올해 3개의 대형 자동화 허브 터미널을 오픈하였다. 자동화 설비는 기존 수동설비 대비 30~35% 높은 효율성을 보인다. 아마존의 자동화 설비 처리 물량은 2017년 50% 수준이었으나 올해 8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올해 11대를 포함해 2017~2022년까지 항공기 44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국 단위 네트워크의 확실한 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더 빠른 배송” 능력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며 기존 물류 업체들은 이와 같은 투자를 할 여력이 있다.

▲ 아마존 풀필먼트. 사진 출처:FitSmallBusiness
물류 업체들은 더 나아가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On-demand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훨씬 유연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고객은 온라인 쇼핑한 상품을 말 그대로 “언제 어디에서나” 픽업하고 반품하고 싶어한다. 여기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찾아야 했다.
이에 페덱스는 미국 전역의 55,000개 오프라인 소매점의 물류 배송 거점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객이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상품을 찾아가고 포장 서비스를 이용하고 반품할 수 있는 창구인 페덱스 오피스(FedEx Office)를 소매점 내에 설치하고 있는 것. 2018년 3월 월마트 매장 500곳에 이를 설치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월그린(드러그 스토어), 달러 제너럴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UPS도 이와 유사한 UPS Access Point를 어드밴스 오토 파츠(자동차 부품 공급사), CVS 파머시(드러그 스토어), 마이클스 등에 설치해 미국 전역 21,000곳에서 고객이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UPS는 미국 소비자의 90%가 집에서 5마일 이내에서 Access Point를 찾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물류사들의 인스토어(in-store) 전략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게도 온라인 쇼핑으로 한동안 찾지 않았던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하고, 방문 시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상생 전략이 되고 있다. 우호적인 협력관계는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온라인 시장 진출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페덱스가 올해 아마존과의 항공배송(물류센터와 배송 허브 간 운송) 및 미국 내 육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중단할 수 있는 자신감의 배경이었다는 판단이다. 페덱스는 “아마존의 성장에 의존하지 않는다. 아마존과 경쟁하고 있는 다른 오프라인, 전자상거래 회사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커머스 시장이 점차 B2C 위주로 성장함에 따라 물류 업체들은 중소형 화주(SMBs)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이 복수의 판매 채널을 활용하면서 재고 관리와 배송, 반품 관리 등에 고민이 많다는 점을 물류 업체들은 인지하고 있다.
이에 페덱스는 2017년 이커머스 풀필먼트(eFulfillment)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아마존의 FBA과 같이 판매자는 상품을 페덱스 물류 창고에 보관하게 된다. 판매자는 아마존을 포함하여 eBay, Etsy 등 다양한 온라인 마켓 플레이스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을 수 있다. 페덱스는 다수의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고객사의 주문을 통합 관리하고 미국 내 130개 물류 센터에서 관리해온 재고에서 선별, 포장해 1~2일 내에 배송한다. 특히 페덱스 풀필먼트는 합리적인 비용으로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아마존의 FBA와 달리 상품 추적 및 포장에 사이즈나 무게와 상관없이 통일된 요금이 부과된다. UPS 역시 최근 이와 유사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세한 온라인 판매자들은 주문, 재고, 배송 관리 등의 편의성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없는 전국 단위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빠른 배송을 보장하는 이와 같은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물류 업체 입장에서 풀필먼트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대규모 자산의 활용도를 높이고 수익원화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격화는 당일 배송 등 더 빠른 배송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UPS와 페덱스 같이 전통적인 허브 앤 스포크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물류 업체들은 보다 유연해질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기존 시스템은 사실상 주간 집화 - 야간 분류 – 익일 배송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허브 터미널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한다면 일 2회전 가동되어야 하며 이것이 경제성을 얻기 위해선 충분한 물동량이 필요하다. 또는 지역 터미널에서 낮에도 집화, 분류, 배송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대안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일 배송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고비용이다. 비용 통제를 위해서는 자동화, 나아가 로봇의 활용 가능성 등 기술력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페덱스는 지난 3월 자율주행 로봇인 세임데이 봇(Sameday Bot)을 소개한 바 있다. 페덱스는 제품 구입 상점에서 5km 이내에서 이루어지는 온라인 주문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는 로봇 배송을 적용하기에 이상적인 거리라고 한다. 세임데이 봇은 아마존이 개발하여 올해 초 시험 운영한 스카우트 보다 진화해 도로 턱을 넘고 계단도 오를 수 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과 결합하여 장애물을 탐지하고 충돌방지, 도로 안전 규정 준수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피자헛, 타겟, 월마트, 월그린 등과 도입 협의 중으로 하반기 시험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 같은 대응 노력들이 아마존 물류 점유율 축소에도 이들 3자 물류업체들이 지속 성장하고 있는 배경이라 판단된다.

한편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성은 유효하다. 다만 쿠팡, 마켓컬리 등과 같이 3자 물류업체를 활용하지 않는 온라인 사업자가 급성장하고 있는 점이 국내 3자 물류 업계에 대한 우려였다.
하지만 미국과는 달리 아직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치열하게 경쟁 중인 시장이다. 2018년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114조원에 달했는데 쿠팡의 거래액은 8.7조원 수준으로 시장 점유율 7.6% 수준이었다. 물론 지난해부터 이베이코리아(점유율 13%)와 11번가(8.8%)의 성장성이 부진하면서 쿠팡의 성장성이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게임이 끝났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 이베이코리아는 오는 하반기 동탄물류센터를 본격 운영하면서 스마일배송(익일 묶음배송)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고 티몬 역시 마트 매출 비중을 확대하면서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점유율 8.0%를 기록했던 네이버 쇼핑의 성장이 가파른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국내 3자 물류 업체들과 함께 성장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온라인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오프라인 강자들에 주목한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3월 온라인 통합법인인 SSG닷컴을 출범했다. SSG닷컴은 최근 ‘쓱세권’ 광고를 통해 ‘대형마트 끼고 백화점 들어서 있고 넘치는 신선식품과 원하는 물건들이 세 시간 단위로 오가는 곳’, 즉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새로 시작한 새벽배송과 시간 지정 배송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기도 하다. SSG닷컴은 기존 이마트의 신선식품 시장 강자 지위를 온라인에서도 이어갈 잠재력이 있다.

현재 SSG닷컴은 2개의 온라인 특화 물류센터 네오와 전국 PP(Picking & Packing) 센터를 통해 일 10만여건의 주문처리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말 3번째 네오센터가 완공되고 2023년까지 이를 11개로 확대하여 일 주문처리 건수를 30만건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온라인 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이다(올해 상반기 매출 1.3조원).

신세계그룹보다 다소 진척이 느리긴 하지만 롯데 역시 잠룡(潛龍)이다. 2018년 8월 그룹 내 7개 계열사 온라인몰을 통합하여 e커머스 사업본부를 출범하였고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매출비중 30%) 달성 계획을 발표하였다. 특히 대규모 자금력을 바탕으로 2014년부터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공격적으로 구축해왔다(현재까지 18개). 지난 7월에는 온/오프라인 통합 혜택을 제공하는 유료멤버쉽 ‘롯데오너스(ONers)’를 시작했다. 아마존과 같이 유료회원 전용 특가 행사뿐 아니라 매월 무료배송 쿠폰 14장을 제공해 사실상 배송비 부담을 없애준 점이 특징적이다.
이와 같은 경쟁력으로 온라인 시장에 본격 침투하기 시작한 오프라인 유통사들은 기존 3자 물류업체들과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이들은 자체 물류센터 투자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후발주자로서 빠른 시장 안착을 원하고 있다. 이 경우 새벽배송과 같이 3자 물류업체를 거치지 않고 성장했던 물동량들이 기존 택배사들에게 재차 유입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3자 물류업체들 역시 시장의 성장과 변화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선두 업체 CJ대한통운은 처리 능력의 확충과 인프라 자동화 투자를 완료한 상태이다. 지난해 완공한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로 일 처리가능 물량이 700만개 이상으로 증가하였고 경쟁사들 대비 처리능력에 여유가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상반기까지 서브터미널 95% 자동화 투자를 완료해 배송 다회전 체제를 구축했다.
여기에 당일 배송, 시간지정 배송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배송 네트워크의 밀집도가 중요하다. 이에 CJ대한통운은 고객이 5분 이내에서 찾을 수 있는 편의점, 무인택배함 등 2.6만여 개이상의 택배 취급점과 1.8만명 이상의 배송 기사를 확보하고 있어 경쟁 우위에 있는 상황이다.

한진과 롯데 모두 메가허브터미널 투자를 진행 중이다(준공 예정은 각각 2023년, 2022년 초). 이들의 분류(sorting) 가동률은 이미 90%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허브 터미널이 완공되기 전까지 서브 터미널 자동화, 기존 터미널 증설, 터미널 주간 가동 등으로 증가하는 물량을 커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프리미엄 서비스 대응 여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며 물동량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게 되면 비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과 서비스 품질(배송 기간) 간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CJ대한통운의 지난 상반기 시장 점유율 하락(2018년 상반기 48.3% -> 47%)은 시장에 실망을 안겨 주었다. 지난 4분기 대전 허브터미널 사고 여파로 단기적으로 수주 활동이 제한됐던 점과 경쟁사들 대비 가파른 단가 상승률이 물량 이탈의 배경으로 판단된다. 다만 현 단가 수준에서 이미 인건비, 고정비, 안전 관련 투자비 등 비용 인상 요인은 커버된 것으로 추정한다(2분기 마진율 3.7% 기록).
단기적으로 CJ대한통운은 추가 단가 인상을 자제하고 물동량 확보에 보다 중점을 두게 될 전망이다.
단가를 유지하면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배송 수요에 집중할 필요가 있겠다. 시간이 갈수록 2위 업체들의 제한된 처리 능력으로 동사의 점유율은 회복될 것으로 판단된다.
쿠팡의 로켓배송 이외 물량을 담당하고 있는 한진은 제한된 처리 능력을 이에 집중하기 위해 저가 물량을 배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평균 단가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반면 1분기까지 저단가 정책으로 점유율 확보에 주력했던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수익성 악화로 2분기에 운임 인상에 동참했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역시 한진과 같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한 단가 경쟁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CJ대한통운은 화주사의 재고 정책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음을 파악해 이커머스 풀필먼트 서비스를 준비해 왔다. 이는 창고 운영 노하우와 기술력, 물류 네트워크를 동시에 필요로 하는 일이다.
곤지암 메가허브터미널은 택배 분류장과 SCM 창고(2~4층)로 구성돼 있다. 최근 그룹사 CJ ENM 오쇼핑이 전국에 분산된 물류시설을 이곳으로 통합해 TV홈쇼핑 업계 최초로 24시간 내 전국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보관 창고와 택배 분류장이 층간 컨베이어 벨트로 연결돼 있어 중간 운송과 하역 과정을 생략하고 출고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서비스는 당일배송을 원하는 유통사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며 택배사 입장에서는 집화와 간선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창고로부터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동안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자체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 대형 판매자가 제한적이었던 상황으로 풀필먼트설비 효율을 위한 물동량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규모 화주들을 한 데 모아줄 수 있는 대형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한다면 풀필먼트 서비스는 충분히 수익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쇼핑을 강화하고 있는 포털 사이트 등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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