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재건 의지 높이 평가하지만 모든 일엔 순서가 있는 법

▲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음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해양수산부를 대신해 해운 재건을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현 정부하에서 해양수산부로선 관치성이 높은 해운 재건 시책을 해양진흥공사측에 이관하는 것이 부담도 덜고 민관 협력체계를 보다 지향한다는 측면도 있다는 판단일 것으로 예측된다.
해운 재건을 위해 해양수산부가 나선 첫번째 작품은 한국해운연합(KSP) 출범이었다. KSP 회원사 14개 국적 컨테이너선사들은 프로젝트 1, 2단계 등 사업을 추진하면서 항로 안정화와 효율적인 배선 체제를 위해 선택과 집중의 역량을 모았다.
하지만 추진사업들이 선사들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예상보다 목표치에 미치지 못해 안타까움이 앞섰다. 취지와 목표는 분명 한국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지향되는 점이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선주협회를 비롯해 KSP 간사가 열심히 뛰었지만 대내외적 해운환경 변화가 상당히 변수가 됐다.
그래도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컨테이너 정기선사업 통합작업의 합의는 해운 재건 사업에 있어 새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내년 3월 주주총회 개최, 7월 1일 통합법인 설립이라는 일정표를 짜놓고 TFT팀을 구성해 현안들을 풀어가며 진행 중에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사의 통합이 스케줄대로 진행돼 계획했던  통합사가 출범될 시, 특히 아시아역내 시장의 판세는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불거진 한국해양진흥공사 조 본부장의 언행과 거침없는 행보(?)에 국적컨테이너선사들이 반발하며  제 목소리를 내며 향배를 지켜보고 있어 더욱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선사별, 그룹별 통합작업을 위한 컨설팅 자가 진단 요구에 선사들이 응하기는 했지만 앞으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지난 주 금요일에도 한국해운연합 회원사 임원들이 만나 해양진흥공사의 향후 해운 재건 사업 추진 방향과 통합 시책과 관련한 입장을 들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해양진흥공사 임원이 국적선사 대표와 임원들을 대등한 관계가 아닌 과거와 같은 관치 행정의 본보기를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스텝 바이 스텝 수순에 의해 해운 재건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해수부와 해양진흥공사 입맛에 맞지 않게 국적컨테이너선사들이 움직인다고 고성(高聲)에다 지원과 관련해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언급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처사라는 지적이다.  정부나 금융권에서 해운업계를 바라보는 수준을 그대로 보여 준 셈이다.

해운 재건사업의 키 포인트는 통합여부다. 외국의 사례를 들며 선사들간 통합만이 능사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평이다. 일본 중핵선사 NYK, MOL, K-Line이 자신들의 컨 정기선사업부문을 합쳐 ‘ONE'이라는 통합사를 설립했지만 국적 근해 컨테이너선사들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 해운전문가들 대부분의 해석이다. 물론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몸집을 키우고 국적선사들간 경쟁을 지양하는 쪽으로 가는 것은 맞는 시책이다. 그러나 국적 근해 컨테이너선사들의 회사 지배구조와 업력,  강력한 공동운항, 오너 체제는 외국 선사들과는 여러면에서 비견하기 힘든  점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점을 직시하고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해양진흥공사측은 향후 닥칠 모든 상황을 예시하고 특히 국적선사들의 현실정을 정확히 판단하면서 진정어린 대화를 통해 최대 공약수를 도출해 내는 노력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해양진흥공사 박광열 혁신경영본부장(부사장)의 역할에 업계는 특히 주목하고 있다. 해운항만청, 해수부를 거친 해운 정책에 밝은 고위 관료 출신인 박광열 본부장이 앞장서 업계와의 괴리를 좁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적 컨테이너선사들 대부분은 “통합한다고 해서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면 차선책은 무엇인가. 강력한 오너체제를 유지하고 통합에 준하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은 무엇인지 해수부, 해양진흥공사, 선주협회, 국적컨테이너선사들이 지혜를 짜내는 수밖에 없다. 2020년 환경규제, 유가 급등, 미-중 무역전쟁 등 변수들로 내년에는 해운업계가 더욱 어렵게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들어가야 할 비용은 큰폭으로 늘어나느데 수익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현실에서 선사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 정말 고심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은 국내 해운업계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만큼 업계의 기대치가 높은 만큼 마찰도 잦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해법이 가시화되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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