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B(Sale & Lease Back) 사업 진행..이르면 오는 10월 첫 지원
중소선사의 금융 사각지대 해소위해 진력
해운업 창출 부가가치, 금융비용 지출 최소화 역할 초점

 

▲ 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Q. 한국해운 재건 기치하에 출범한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업무가 개시됐는데, 주요 추진사업 실행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 7월 5일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해운업의 재건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한국해양진흥공사가(이하 공사라 함) 출범했습니다. 공사는 우리 해운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일이 없도록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업무를 집중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우선 선박매입에 대한 투자·보증제공, 항만터미널 등 물류시설 자산투자참여, 중고선박 매입과 재용선 등에 대한 자금지원 등 기존에 분산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합해 ‘차별화된 금융 지원’이 되도록 할 계획입니다. 기존의 금융환경에서는 화주와의 장기운송계약 없이는 금융지원을 받기 어려웠으나 공사의 신용보강을 통해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대상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선박 이외에도 국내 해운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항만터미널 투자, 선박 장비금융 등 그 대상은 점차 확대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운임·선가 등 해운시장 변동을 예측하고 해운거래 정보 제공 기능의 역량을 강화해 아시아 최고 수준의 해운 정보기관이라는 위상도 갖춰 나갈 계획이다.

Q. 해운경기의 장기침체로 대부분의 국적선사들의 유동성은 악화된 상황입니다. 금융권의 기피대상이 돼 버린 우리 해운선사들의 자금 유동성 제고에 공사의 역할이 큰데요?

주기적 호·불황이 반복되는 해운시장에서 선사의 유동성 위기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국내 해운사들은 해운불황에 따른 유동성 악화에 직면할 때마다 수익성이 높은 전용선, 국내외 컨테이너 터미널과 같이 핵심 영업자산을 매각하는 방법을 통해 유동성을 마련하며 버텨 왔습니다.

이렇게 마련된 유동성은 위기 시 마다 자금회수를 요구하는 금융기관의 차입금 상환과 이자지급에 대부분 투입됐고 선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는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핵심자산들을 매각해 버린다면 향후 해운경기가 회복돼 호황기를 맞이하더라도 그 과실을 거두기가 어렵게 됩니다.

공사는 불황기 유동성 위기로 부터 국내 해운사의 핵심 영업자산을 지켜내고 경기 회복기에 다시금 기초체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판이 될 생각입니다. 유동성 지원의 일환으로 S&LB(Sale & Lease Back)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르면 오는 10월경에 첫 지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사의 우수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보증사업 역시 해운사의 단기 유동성 극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Q. 일각에선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현대상선의 지원에 올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선사로서 현대상선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울러 중소, 중견선사들의 지원도 중점 사업으로 추진돼야 하는데요?

현대상선 지원과 관련해 시장 및 업계에서 많은 관심과 우려가 있다는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원양 컨테이너선사의 지원 규모가 여타 중소선사 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상선의 지원방안에 대해선 정부 및 관련 기관들과 논의 중에 있으며 조만간 결론이 내려지면 그에 따라 공사에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공사에서는 현대상선 뿐 아니라 국내 중소선사를 대상으로 활발하게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진행된 S&LB 사업의 경우 국내 여러 중소선사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그 수혜를 받을 예정이며, 선박 매입에 대한 보증지원 역시 현대상선을 포함한 다양한 중소 해운사를 대상으로 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사는 건실한 영업망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규모가 작아 금융지원 혜택을 받지 못한 중소선사의 금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Q. 귀 공사는 한국해운 중흥과 국적선사 지원을 위해 막대한 자금력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갖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말씀해 주십시오.

취임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국적 원양선사인 현대상선 및 중소선사 등 국내 선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훨씬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공사의 법정 자본금은 5조원이고 출범 초기 납입 자본금은 3조 1000억원 수준입니다. 우리나라 원양해운에 글로벌 경쟁력을 불어넣고 연근해 중소선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자본금 확충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공사가 금융과 산업지원을 아우르는 해운산업 전담지원 기관으로서 안정적인 역할 수행을 위해 필요한 적정 자본금 규모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고 정부 및 관계 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생각입니다.

Q. 수출입은행 등은 국내 조선사에 선박 발주하는 외국 유수선사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자금지원에 나서 국적선사들이 역차별 당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같은 상황을 직시하고 국적선사들의 경쟁력 있는 선박 확보에 역점을 둬야 하는데요?

일부 해외 선사들의 해당 프로그램을 활용해 국내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한 경우가 있습니다.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외국선사 대상 자금지원은 수출산업 장려를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생각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국내 해운사를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해외금융기관들이 한국 선박금융시장으로 앞다퉈 들어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공사가 글로벌 주요선사와 경쟁국의 정책적 대응에 밀리지 않고 충분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산업기반을 조성해 이전처럼 국내 선박금융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경쟁력 있는 선박 확보를 위해선 선박금융조건 뿐아니라 시기도 매우 중요합니다. 2000년 중반 해운시장 호황기에 도입한 고가의 선박들로 인해 2008년 이후 우리 국적선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처럼 선박 도입을 위한 경쟁력 있는 자금지원도 중요하지만 운임과 선가를 중심으로 해운시장을 예측하고, 위기상황을 조기에 감지해 해운업계가 보다 적기에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에도 역점을 둘 것입니다.

Q. 우리 해운업계의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큰 만큼 현안도 산적해 있을 것으로 봅니다.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인지요.

무엇보다도 공사는 국내 해운사의 과도한 금융 부담에서 탈피시키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창출된 부가가치를 통해 미래의 경쟁력 확보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조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대표적인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불황 시기의 금융조건 악화는 해운사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러한 구조를 바꿔 해운사가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공사는 해운업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금융비용으로 지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해운업을 비롯해 연관산업인 조선업, 항만업 등에 생산적 투자를 위한 자금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그 역할을 해 나갈 것입니다.

Q. 사장님의 경영철학은?

모든 경제성장과 투자가 사람을 중심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50년간 지속해 온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주의 체제로 인해 얼마나 많은 고용이 창출됐으며 낙수효과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경제성장과 투자는 사람이 근본이 돼야 한다는 것이 평소 저의 지론입니다. 더불어 함께 사는 경제, 땀 흘려 일하는 노동 존중, 고용과 일자리 중시 및 이를 창출하는 기업을 살리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경제 원칙이 해운업계에 실현될 수 있도록 공사를 이끌어 나갈 생각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해운업계와 관계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해운업은 무역에 절대적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구조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국가 기간산업입니다. 특히 바다를 통해 수출입화물의 99%가 운송되고 조선업, 항만업 등 해운연관 산업과의 경제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어떻게든 다시 재건해야 하는 중요한 국가산업입니다.

“한국해운산업의 재건”은 공사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낼 수 없는 국가 차원의 과제이며, 한국해양산업의 재건을 위해서 해운업계는 물론 금융, 조선, 화주, 항만 등 각계 연관 산업간 유기적 연계, 정부 및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입니다. 공사는 한시라도 빨리 우리 해운산업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앞으로 펼쳐질 해운 재건 사업에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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